섬김의 자리

2015. 1. 15. 13:26 caillou's life


음악의 길을 가고 싶었던 적은 있지만 재능은 없었던 나는

이상하게도 자의반 타의반 가늘고 길게 음악의 끈(음악이라고 하긴 뭣하지만)을 잡고 있다.


클라리넷은 6개월 레슨 받은게 전부임에도

감사하게도 고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교회 앙상블에서 연주 할 기회가 있었고

그 후로는 내 의지로 동호회를 찾아 사비를 들여 연습에 나가고 연주회도 하곤 했다.


나름 중학교 2학년 때 배운 피아노는

워낙 잘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대학교 때 찬양팀 신디를 치며

악보 그대로 치는 게 아닌 감각이 필요한 코드 연주에 재능없음을 크게 느낀 후로

바로 그만두고 기회가 생겨도 안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그 기회가 모두 급박한(?) 상황이어서

완강하게 거절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호주에서도 저녁예배 찬양팀 메인건반,

지금 교회에서도 1부예배 성가대 반주, 아동부 반주, 청년예배 찬양팀 세컨 신디...


여전히 참 못 친다.

그런데 계속 피아노로 사용하여 주시는 것 보면 신기하다.


내 스스로 연주에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따로 배우고 싶지도 않고)

매주 그것도 하루종일 성실히 그 자리를 섬겨야 한다는 책임감에

많이 지쳤다.


육체적 정신적 피곤함이 개인적인 신앙 또한 멀어지게 만들고 있어

섬김을 내려놓아야 할지,

보잘것 없는 능력을 귀히 사용하여 주시는 것에 감사하며

힘들더라도 그 자리를 지켜야 할지

몇 개월 동안 그 고민이다.


내심 출산을 계기로 다 내려놓기를 기다리고 있는 지 모른다.

그 때가 되면 예배에 대한 갈급함이 살아나기를

찬양의 은혜를 느끼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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