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12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8
김동영 | 달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다가 퇴직을 당한 충격(?)으로 미국으로 떠난 작가가, 허름한 중고차를 타고 지금은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66번 도로로 미국을 횡단하는 이야기가 오롯이 녹아있는 책이다. 크게 공감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긴 여행에서 홀로 지내며 느낄 수있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건조한 사막과 고즈넉한 호수, 허름한 모텔 등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것들을 담은 사진들과 그것에서 느껴지는 낯설음이 좋았다.

사진이나 몇 줄의 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작가는 왠지 혼자 지내는 생활에 익숙한 사람인듯 보였고, 여행에서 겪게되는 외로움마저 혼자 떠나는 여행의 매력이다 시크하게 말해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사람이 지겹다, 지겹다' 몸서리를 치다가도 못내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인 것일까- 여행의 마지막을 향할 수록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필요로하고, 혼자라는 그 자체로 힘들어한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독립이든 유학이든 혼자 사는 것에 어느정도의 환상이 있는데, 겁도 많고 외로움도 많은 내가 나 스스로를 잘 지탱하고 지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누군가를 필요할 때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것만큼,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 역시 마음 아픈 일 일테니......

다시 훑어보다가 미국에서 공부중인 교회 동생에게 읽어 주고 싶은 구절이 있어서 적어본다.


"가끔 친구들한테서 온 메일을 보면 모두들 바쁘게 살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그런데 나만 아무 대책 없이 낯선 곳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아서 약간 두려워. 적은 나이도 아닌데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고."
......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