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3일 루시드폴 '국경의 밤'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게스트가 유희열인 까닭에 급 예매했었는데, 혈님을 볼 수 있어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루시드폴 음악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콘서트 전보다 다녀와서 더 루시드폴 앨범을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게스트로 나온 디어클라우드의 곡을 mp3로 들었을 때는 보컬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앞에서 라이브로 들으니 정말 매력있더군요. 확실히 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대로인것 같습니다. Toy 6집 중 루시드폴 작사, 이병우 연주, 윤상 보컬의 '그대 모든 짐을 내게'라는 곡을, 콘서트때는 혈님이 피아노로 반주하고 루시드폴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전 원곡보다 이 버전이 더 좋더라고요. 같은 안테나뮤직 소속인 박새별 양이 내내 피아노 반주를 해주었는데, 피아노도 참 잘치고 멀리서 본거지만 예쁜것 같아요. 어떤 앨범을 낼건지 궁금해집니다.
콘서트 내용은 '국경의 밤' 앨범의 전곡과 전 앨범 수록곡 중 몇 곡, 미선이 시절의 곡들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사람이었네', '그대 손으로', '보이나요', '사람들은 즐겁다'가 가장 좋았습니다. 앵콜곡이 끝나고 지인과 서둘러 나오는데 공연장에서 함성소리가 들렸어요. 앵콜곡이 또 있었습니다. 덕분에 가장 뒤에 서서 들었는데, 뒤에 있는 김에 마지막 앵콜곡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집에서 계속 혼자 들었는데, 너무너무 좋아서 올립니다. 어둡고 흔들리지만, 계속 보면 폴이 보입니다. 아.. 근래 이 곡만 듣고 있어요...(동영상 내렸습니다)
(이미지 출처 : 안테나뮤직)
처음 들을때는 한 두곡만 귀에 들어왔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각 곡마다의 매력이 느껴진다.
곡명이 앨범명과 같아서 더 그런지 '국경의 밤'이 타이틀 곡이겠구나~ 했는데,
'사람이었네'가 타이틀이더라.
개인적으로는 1번, 3번, 8번, 11번 곡을 좋아하고,
제일 좋아하는 곡은 '보너스트랙' ^-^
(참, 저 루시드 폴 12월23일 공연가요! 게스트로 희열님이 나온답니다! ^^)
루시드 폴 3집 <국경의 밤> 수록곡 설명
1. 마음은 노을이 되어 FEAT. 전제덕(2006 작곡)
1년 전, 절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 날씨가 추워졌던 스위스의 어느 가을날,
서울의 친구들로부터 몇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 중 한 친구로부터 갑자기 '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내용이다.
< 하루하루 쌓인 그리움 모두 녹여 노래에 실으면 나의 사랑스런 친구들
모시에 쪽빛이 스미듯이 내게 스며들겠지>라는 회화적 가사가 일품이다.
2. 무지개 (2006 작곡)
흔히들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가까이 있으면서 멀고,
바로 옆에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따라가보면 멀기만 한
무지개 같은 존재라는 루시드 폴의 사랑에 관한 시선을 담은 곡.
상큼한 기타와 루시드 폴의 청명한 보컬이 어우러지는 러브 송.
3. 국경의 밤 FEAT. 김정범 BY PUDDING (2005 작곡)
동명 타이틀곡 <국경의 밤>은 루시드 폴의 고3시절과 청년이 된 현재를 교차하며,
오늘의 우리들의 자화상을 날카롭게, 그러나 회화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실제 힘든 시간을 보낸 그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이야기로부터
출발된 이 노래는, 낮은 피아노 반주 위에 얹힌 나지막한 루시드 폴의 보컬로 시작된다.
고3 시절, 친구들과 함께 미래를 고민하던, 같은 여학생을 좋아했지만,
고백도 못했던 순수했던 시절부터 잔잔하게 떠올린다.
피아노가 점점 고조됨과 함께,
이제 현실을 향해 돌진해야만 하는 어른이 되어 만난, 두 친구 이야기로 변해간다.
<앞으로 또 돌진하는 내 현실, 전투하듯 우리 사는 동안에도 조금도 바꾸지 못한
내 얼굴… 의젓하게 멀리 나를 보러온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라는
부분에서는 듣는 이를 울컥하게 만들 만큼,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 담겨 있다.
4. 가을 인사 FEAT. 이적 (2006 작곡)
루시드 폴이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리고 가장 공통적인 천상의 감성은 바로,
‘모정’이라고 손꼽고 있는 곡.
외롭도록 쌀쌀한 가을의 낙엽을 보니, 할머니의 따스한 눈길이,
어머니의 포근한 얼굴이 연상되면서 그 상상하는 순간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세상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됨을 어쿠스틱한 기타 멜로디와 시를 연상케 하는 루시드 폴의 가사와
이적의 보이스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5. 노래할게 (2006 작곡)
1년 전, 절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는 날 스위스에서 학업 중인 루시드 폴이 함께하지 못하고
그 곳에서 혼자 친구와의 우정을 가슴에 밤 하늘에 새기듯 쓴 곡으로,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사랑하는 친구를 하늘로 보내는 순간 함께 하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서 친구를 위해 노래하는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화장하기 직전, 다른 친구를 통해 핸드폰으로 이 곡을 노래하던 루시드 폴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던 순간이라고 한다.
‘염려하지 말라고…울고 있는 우리…달래는 니 사투리... 등 가사 하나하나 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진한 감동이 담겨있는 곡이다.
6. 빛 (2006 작곡)
마치 한편의 연극 무대를 듣고 있는 듯한 영상미가 느껴지는 곡으로, 한국적인 정인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어쿠스틱 기타의 서정적인 연주 속에 잔잔하면서도 서글프게 흘러나오는 루시드 폴의 보컬이 마치 또 하나의 악기가 가사인 것처럼 노래하고 있다.
7. 날개 (2007 작곡)
언제나 노래했고, 여전히 여전히 '나지막하게' 그리고 '낮게 더 낮게' 세상을 노래하겠다는 다짐을 ‘날개’라는 추상적인 몸짓에 빗대어 제작한 곡으로, 마치 높은 창공이 아닌 넓은 강이나 바다 바로 위를 낮게 날고 있는 새를 연상 시키는 피아노 연주와 외로움이란 시간의 ‘날개’를 등에 달고 있는 루시드 폴의 보컬이 한 곡의 노래로 만났다.
8.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2004 작곡)
막아도 막아도 저절로 스며드는 ‘외로움’이란 감정을 스위스에 와서 창밖의 ‘덧문’을 보고 아무리
마음에 창을 닫아봐도 차가운 바람이 드는 것을 보고 연상하여 작업하게 된 곡.
이 곡은 비교적 다양한 악기의 리듬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바람, 외로움이란 감정을 노래하고
있어서일까? 인생에서 만나는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을 기타, 드럼, 피아노 등 자연스러운 악기의
구성과 루시드 폴의 담백한 스산함이 느껴지는 보컬이 들을수록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9. kid (2006 작곡)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루시드 폴의 감성이 한껏 담겨있는 곡이다.
요즘 한국에서 혼혈 아동, 혼혈 가정이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을 뛰어 넘는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다름’에 대한 차별에 상처받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선사하는 곡이다.
‘다름’이 죄가 아니며 창피할 것도 아니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자랑스러운 자신 존재를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응원하는 루시드 폴의 마음이 느껴진다.
10. 라오스에서 온 편지 FEAT. MY AUNT MARY (2007 작곡)
아직 아시아 여행을 해보지 못한 루시드 폴에게 전해져 온 ‘라오스에서의 엽서’를 보고 그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시간들이 느껴지는 게 부럽기도 하고, 한 번쯤은 자신도 여행을 떠나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감정을 담았으며, 낯익지만,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노래다.
리드미컬한 리드 기타와 수줍게 미소를 머금고 노래하는 듯한 루시드 폴의 보컬이 들을수록
자기도 모르게 살짝 미소 짓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11. 사람이었네 (2006 작곡)
이번 루시드 폴의 타이틀곡으로, 자본주의의 심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소외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담은 노래다.
품격 있고 안락한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자랑하는 판매품들이 제작되기까지 뒤에서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인간’이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스위스 로잔 시내에 있는 카페트(양탄자) 가게 앞에서 이란 친구와 주고 받은 짧지만
가슴 아픈 대화로 탄생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란에서 어린 소녀가 저 카페트를 하나 짜면 얼마를 받는지 아느냐?'라는 이란 친구의 질문에서 세계적으로 비싼 값어치의 상품들 속에서 인도, 이란, 아프리카 등의 어린 아이들과 노동자들이
얼마나 정당한 대우와 노동의 가치를 판단 받고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무심코
가볍게 즐기고 있는 커피 한잔, 초콜릿 하나에 속에 담겨 있는 고통과 슬픔을 루시드 폴의
감수성으로 풀어낸 곡이다.
노래를 들을수록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을 한번은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12. 당신 얼굴, 당신 얼굴 FEAT. 정수욱 (2004 작곡)
서정적이고 아름답지만 결코 밝지 않은 이 곡은, 내 얼굴처럼 오직 하나뿐인 연인이 떠난 뒤
남겨진 자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눈이 되지 못한 비처럼 서럽게 흐르던 눈물, 눈물 같은 세상” 등과 같이 회화적인 가사와
몽환적인 분위기가 세련된 감성을 느끼게 한다.